The Lotus(2014~)

 

나에게 사진은 취미이자 일상이었다. 
어느 때는 그날 완수해야만 하는 업무와 같이 의무적인 일과이기도 했다. 

보이는 아름다움보다는 소소하고 사소한 것. 
평범한 일상, 평범한 물건, 너무나도 평범하고 당연해서 시선이 머물지 않고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그런 소박한 것들에 숨겨져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 좋았던 나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쫓는 것에 심취해있었다.

그런 일상 속에서 우연히 지나치게 된 오사카의 한적한 주택가 공원. 
공원에는 인가에 밀접한 연못이 있었고 아직 봉오리 맺지 못한 파릇한 연잎이 가득했다. 
손을 뻗으면 그 푸름이 닿을 듯한 거리에 여염집이 늘어선 모습은 그곳만이 다른 세상인 듯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곳이 만개한 연으로 가득하다면 또 어떤 표정을 보여줄까?

조금 더 더워질 무렵 다시 찾은 연못엔 수많은 연꽃이 탐스럽게 피어있었고, 
곧게 뻗은 줄기 위에 우아하게 한들 거리는 꽃, 머금은 이슬이 구슬처럼 굴러떨어지는 잎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추상적인 것 만을 쫓던 내가 구상적인 아름다움에 심취해 갈망할 만큼. 

그 후로 매년 여름이 되면 아침잠을 줄여가며 첫차를 타고 연꽃이 있는 사찰이나 신사, 군생지를 찾아다니며 연꽃의 아름다움을 수집하였다.
여유가 있을 때는 일본뿐만 아니라 모국인 한국 그리고 중국의 군생지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해를 거듭하며 연꽃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연(蓮)이 가진 계절에 따른 다양한 표정에서도 아름다움을 수집했지만, 
추상을 쫓던 나에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은 권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편집에 이골이 난 어느 날, 심심풀이 장난으로 이미지의 색을 비틀어 보다 우연히도 색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존재하지만 실존하지 않는, 구상 속의 추상을 발견한 순간이자, 이번 시리즈의 시작인 것이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새롭고, 연꽃이지만 연꽃이 아닌, 나의 색을 담은 독특함으로 재구성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아주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싹을 틔운다.
사소함과 우연, 그리고 약간의 유희에서 꽃피운 이색을 느껴보시길 바란다.